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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전체 분야 1세대 최고 권위자 EDGC 이민섭 대표
등록일 : 21-04-09 16:00 조회수 : 2,559
할리우드 톱스타 안젤리나 졸리는 2013년 ‘예방적 양측 유방 전절제술’과 ‘난소 난관 절제술’을 받았다. 할머니와 이모, 어머니가 유방암과 난소암의 가족력이 있던 졸리는 유전자 검사 결과, 유전성 유방암·난소암을 일으키는 BRCA1 유전자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유방과 난소를 절제한 것이다. 아침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출생의 비밀을 푸는 열쇠인 줄로만 알았던 유전자 검사가 암의 예방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젤리나 졸리의 예방적 수술은 큰 관심을 받았다.
미국 게놈 연구 대표주자로 한·미 합작 법인 설립…정밀·맞춤 의학 서비스 제공
이민섭 이원다이애그노믹스(Eeone Diagnomics Genome Center, 이하 EDGC) 공동대표는 미국에서 생명공학으로 석사를 마치고 하버드 의과대학 게놈 센터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수료했다. 대단위 민족 간 유전적 다양성 연구를 수행해 2001년 사이언스 학술지 논물을 게재하고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감염된 소의 유전자를 분석해 캐나다 수입 소임을 입증해 미국 농무부로부터 상을 받기도 한 이민섭 대표는 유전자 분석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2011년 개인 전장 유전체 정보 분석 회사인 다이애그노믹스사를 직접 설립하고 2013년 한국의 이원 재단과 함께 한미 합작 법인인 EDGC를 설립했다.
게놈(유전체, 유전자 등 한 사람이 지닌 DNA 전체 정보) 해독·분석회사인 EDGC는 유전체 분석 기술을 통해 정밀 의학·맞춤 의학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대표적인 것이 비침습 산전 검사(기존의 양수나 태반 채취 대신 산모의 혈액에서 태아의 DNA를 분리해 진단하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이다. 산모의 혈액에는 미량의 태아 DNA가 부유하고 있는데 이를 추출해 차세대염기서열분석 방법으로 태아의 DNA를 분석하는 것이다. 기존의 침습적 산전 검사가 중기부터 가능하고 유산의 위험성이 있었던데 반해 비침습 산전 검사는 양수의 파열 위험성이 없고 더 정확하다. 신생아 유전체 검사인 베베진 검사를 이용하면 신생아의 유전 질환을 조기에 선별할 수 있다. 자폐성 장애, 정서 행동 장애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알아채기 힘든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면 적절한 치료를 병행해 증상을 최소화하고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태아 DNA 분석, 암 진단 검사, 액체생검 등 부작용 줄이고 정확도 높여
‘안젤리나 졸리 효과’로 일반인에게 알려진 유방암·난소암 검사 브라케어(BRCARE®)는 유전성 유방암의 원인 유전자인 BRCA 1, BRCA2를 검사한다. BRCA 유전자는 종양 억제유전자이지만 돌연변이가 발생하게 되면 암 발생확률이 높아진다. 대장암, 자궁내막암, 흑색종, 췌장암, 위암, 전립선 암 등에 대한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와 유전적 위험도를 분석하는 리스크케어(RiskCare®)도 있다. 이는 8개 종 이상의 암과 연관된 25개 유전자에 대한 돌연변이 여부를 검사해 유전적인 암의 위험성을 이해하고 가족력을 확인하며 암을 적극적으로 예방한다.
최근 충북대학교병원과 액체생검 등 유전체 기반 정 밀의료 선도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EDGC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기암 진단서비스 액체생검 임상시험을 위한 임상 GMP 허가 승인을 획득해 글로벌 정밀 의료시대 열어갈 준비를 마쳤다. 액체생검은 혈액에 존재하는 cfDNA(세포 유리 DNA) 중 극미량 존재하는 암세포 유래 ctDNA(순환 종양 DNA)의 존재 유무를 검출하는 기술로서 암의 조기 검진, 수술 후 재발 여부 및 항암치료 효과 확인 등 암의 진단과 치료의 전 범위에 적용할 수 있다.
개개인 특성에 맞춘 정밀 의학…발병 예측, 예방 활동, 진단 및 치료, 예후 관리
정밀 의학은 예방ㆍ맞춤형 치료ㆍ개인별 건강관리로 질환을 극복하려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이다. 이민섭 대표는 “정밀 의학은 서양 의학보다 동양 의학에 더 가까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서양의학이 표준 의학 또는 획일적인 의학에 기반했다면 정밀 의학은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각각의 개인에게 최적화된 질병 예방과 진단 및 치료 방법을 제공한다. 표준 의학이 일단 모든 환자에게 표준적인 진단과 치료법을 적용하고 효과가 없다든지 부작용이 발생하면 다른 방법을 시도하는 ‘시행착오’에 의한 치료와 처방 방법이라면 정밀 의학은 개인에게 맞춤화된 의료방법이다.
정밀 의학을 적용하면 유전자를 바탕으로 질병의 발병 가능성을 예측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예방적 활동을 통해 질병의 발생을 일찍부터 최대한 막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 또한 질병의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의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위험을 최소화한다. 발병을 후에는 정확하고 정밀한 진단을 통해 기존의 선별 검사로는 알아낼 수 없었던 질병을 진단하고, 질병에 대한 개인별 맞춤 치료를 제공한다. 처방에서도 개인의 유전자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처방하는 것이 정밀 의학에서는 가능하다. 치료 후 예후 관리와 모니터링을 통해 치료의 성공률을 높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코로나 백신은 전부 맞고 혈전 위험성 낮추는 부가적 방법 동원해야
사람마다 각각 질병에 따른 반응이 다르다. 같은 약을 사용해도 효과가 좋은 환자가 있고 약의 효력이 미미한 환자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와 목숨을 잃는 사례도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코로나 19 예방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혈전 발생이 그 예이다.
유럽의약품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희귀 혈전증 발생의 연관성을 인정했다.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20대 여성에게 혈전이 확인돼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 알려져 접종이 중단되기도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혈전 부작용은 극히 특이한 경우 발생하는 희귀 혈전증이다. 이미 코로나 19 백신 접종을 마친 이민섭 대표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혈전을 더 잘 생성하는 유전적 정보가 있다”며 “유전적 정보를 활용하면 백신 접종으로 인한 혈전증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한 집단 접종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혈전 발생이 쉬운 유전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면 혈전 생성을 억제하기 위한 의료적 추가 조치를 하면 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유전체 산업 강국의 요건 두루 갖춘 한국…빅데이터 활용, 접근성 높은 의료서비스 강점
미국 교포인 이민섭 대표는 오랜 연구 과정을 거쳐 사업화까지 이룬 미국에서의 안정적인 삶에서 만족하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유전자 검사라고 하면 친자 확인이나 범죄 수사 등 어두운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한국에서 유전체 분석 전문가이자 CEO로 살아가기는 쉽지 않지만, 기회의 땅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민섭 대표는 4차 산업 혁명의 리더로서 한국이 가진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단일민족으로서의 특징뿐 아니라 IT 강국으로 앞으로의 기대가 더 크다.
유전체의 분석 기술은 빅데이터의 활용을 통해 사람의 삶에 적용된다. 뛰어난 IT 강국인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국가 주도하에 단일 의료 시스템을 갖춘 나라로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이 좋다. 일반 국민이 큰 부담 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으며 가장 급속하게 초고령화 국가로 진입해 국민 개개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다. 정부의 주도하에 시행하고 있는 정기 건강 검진은 가장 효율적인 국가 건강 관리 시스템으로 이를 통해 확보된 다양한 건강과 의료 데이터를 유전체 데이터와 연결해 잘 활용하면 다양한 질병의 예측과 예방뿐 아니라 가장 유용한 의료와 유전자 데이터 기반 가상 임상 실험의 최적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DNA혈통분석으로 알려진 ‘유후’로 소비자와 친근한 이미지 구축
지난해 출시된 ‘유후(YOUWHO)’는 그간 어두운 이미지였던 유전자 검사를 ‘즐겁고 유쾌한 경험’으로 변신 시켜 소비자에게 한발 다가서는 데 성공했다. 아시아 유일, 국내 최초로 출시된 유후는 전 세계 6대륙 22개 인종 95개 국가 중 개인별 인종분포도를 분석하며 주요 인종의 특징과 국가 정보를 추가로 알려준다. 소비자는 내가 속한 인종의 역사와 주요 정보 등 흥미 있는 콘텐츠를 접하며 유전체 정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사내공모전을 통해 이름 붙인 유후는 아시아의 23앤미(구글의 자회사, 글로벌 DNA혈통분석 서비스 제공)로 불리며 유전자 검사의 대중적 확산을 도왔다. 유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계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부가가치와 고용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유전체 빅데이터 플랫폼이라고 평가받았다.
미국의 「포브스」 잡지는 미래를 바꿀 차세대 100조 원 기술 비즈니스로 개인 유전체 관련 사업을 꼽았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정밀 의료 시장은 오는 2023년이면 약 112조 9,000억 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밝히기도 했지만, 기업의 매출은 아직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설립 초기부터 과감한 투자로 주목받은 EDGC의 위상은 총매출액이나 시가총액으로 줄 세운 한국보다 외국에서 더 높다.
차세대 100조 원 기술로 기대 큰 유전체 사업…국제 표준 맞춘 기술로 해외시장 대비
글로벌 서비스를 위한 다양한 국제인증은 EDGC의 자랑이다. 염색체 이상 판단 방법, 다운증후군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 및 그의 용도, 다운증후군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 및 그의 용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법을 이용한 장기 이식 거부 반응 예측 방법 등은 국내 특허를 획득했다. 국제 표준에 맞춘 기술과 이민섭 대표의 인적 네트워크는 해외 성장의 가능성을 높인다.
창업 8년, 상장 3년 차의 이민섭 대표는 지금까지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국제적 신뢰를 얻는 기술을 정착시키는 데 집중했다. 이제 맺은 열매를 얻을 수 있는 시기를 맞은 이 대표는 여전히 새로운 연구에 대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의 유전체 분석 기술이 질병과 관계되어 의사의 의료를 통해 이뤄졌다면 의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가 자신의 유전체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소비자 의뢰 유전자 검사(DTC)의 길도 열렸다. 규제 샌드박스로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EDGC는 유전자 데이터로 질병을 예방하고 여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추가적 수단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 노출이나 윤리적 문제와 충돌은 보호의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해결하면서 정착해나간다면 유전자 데이터 확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상상을 초월한다. 이 대표는 “100세 시대가 재앙이 아닌 축복이 될 수 있도록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유전자 데이터의 역할이 크다”라고 말했다.
끝없는 연구대상 ‘나’에 대한 관심…유전체 정보 알면 건강한 장수의 길 열려
만성질환의 확률을 낮추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 만성질환이 줄어들면 국가적 차원의 의료비가 절감된다.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면 생존 확률이 높아지고, 질병의 악화로 인한 고통을 줄일 수 있다. 피할 수 있는 질병은 피하고, 불가피한 질병은 고통과 부담을 최소화해 이겨낸다면 건강한 장수의 축복을 받을 수 있다.
하루에 한 번씩 새로운 시도에 대해 생각하는 이민섭 대표에게 유전체는 마르지 않는 연구영역이다. 이 대표는 “사람에 대한 연구는 끝이 없다”면서 “‘나’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들에게 ‘나를 알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욱더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유전체 정보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있는 국민 정서를 변화시키기 위해 유전체 기반의 다양한 앱 서비스를 준비하고 플랫폼을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가가는 서비스로 국민 정서의 변화와 이익 실현 두 마리 토끼 잡을 것
그는 지난 2019년 ‘게놈 혁명-호모 헌드레드 게놈 프로젝트’라는 책을 출판해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어 유전체 분석을 소개했다. 유전체 정보에 대한 개념을 비롯해 유전자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알기 쉽게 설명한 저서는 2019년도 대한민국 학술원이 선정한 교육부 우수학술 도서, 과학창의재단 우수과학 도서로 선정됐다.
이민섭 대표는 “정밀 의학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 나라인 한국에서 연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해외의 부러움을 받고 있다”며 “이제 성장과 이익의 두 마리를 토끼를 잡아야 하는 시기를 맞아 그동안의 기술력을 더욱 공고히 하여 신뢰를 지키고, 소비자에게는 보다 더 친근한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