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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시론 이민섭 대표 '한국이 만들어가는 포스트 코로나 표준'
등록일 : 20-04-28 10:50 조회수 : 3,554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알려진 지 4개월이 지났다. 작년 말 신종 폐렴이 중국에서 보고된 후 병원균의 유전체 게놈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 감염이며 어떻게 사람에게 전파되고 영향을 주는지도 알게 됐다. 또한 게놈 정보에 기반한 신속 진단키트가 만들어졌고 백신이 임상시험 중이며 다양한 치료제 또한 개발 중에 있다. 이렇게 게놈 분석과 연구가 인류 위기 상황에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게놈 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세계 200여개 나라에서 수백만명의 환자가 발생한 이번 팬데믹은 짧은 기간 광범위한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일상과 행동을 바꿔 놓은 계기가 됐다.
대한민국은 이번 바이러스의 최초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 다음으로 영향을 크게 받은 나라였다. 초기 방역 실패와 특정 집단 감염 확산으로 많은 지탄을 받고 다양한 문제점들이 부각됐지만 지금은 방역과 환자 관리, 그리고 사회적 대응까지도 가장 훌륭하게 해온 모범국가로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 세계가 한국의 방역(K-Quarantine), 한국의 의료(K-Health), 한국의 진단(K-Bio)을 연일 찬사하며 도움을 요청한 반면 미국을 포함한 많은 선진국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환자와 미흡한 대처로 큰 실망과 우려를 낳게 했다.
대한민국은 이제 신규 환자가 한 자릿수로 줄게 됐으며 조심스럽게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즉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던 정상생활로의 복귀(Back to Normal Life)가 큰 관심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일상으로의 복귀는 전과 똑같은 생활로 돌아가는 것(Back to Same Normal Life)이 아닌 새로운 일상으로의 전환(Change to New Normal Life)인 것이며 최근 이를 ‘뉴놈(New Norm)’ 또는 ‘새로운 일상’이라 칭하기도 한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방역, 비대면 비즈니스, 원격근무, 온라인 수업, 자가격리 등 단어조차 생소했던 많은 변화들을 한순간에 받아들였다. 미래의 일상은 기존 생활 위에 이러한 변화들이 정착되고 우리의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새로운 일상의 뉴놈 시대가 되는 것이다. 이는 단지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인류가 맞이해야만 하는 새로운 미래의 모습이다. 즉 코로나 사태 이후에 대한 가장 큰 관심은 사람들이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일상이 어떤 모습이며 사회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발전하는지에 있는 것이다.
전 세계가 위기를 가장 슬기롭게 대처하며 극복해 가고 있는 대한민국을 보면서 새로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려 한다. 대한민국의 결정과 우리의 행동은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모든 인류에게 새로운 미래 일상의 표준과 모범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방역, 의료, 바이오를 넘어 우리의 정책, 시민의식, 사회변화, 비즈니스 모델들이 새로운 인류의 미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다. 코로나 이후 인류의 뉴놈은 바로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일상 즉 케놈(K-Norm)인 것이며 이는 짧은 시간에 세상을 과감하게 변화시키는 케놈 혁명이 될 것이다.
나는 생물학자이며 게놈전문가로 이번 팬데믹 국면에서 지구상의 다양한 생명체와 바이러스 간의 유전적 상호작용을 통한 적응과 진화를 보았다. 생물학적 진화 못지않게 새로운 국가적·사회적 진화와 발전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새로운 글로벌 모범과 표준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나라로 발전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만들어가고 있는 케놈은 지구상 모든 인류가 불확실한 시대에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새로운 미래의 모습이며 신인류 삶의 새로운 진화인 것이다. 대한민국은 포스트 코로나를 통해 지구 위기에 가장 잘 대처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인류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모범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하겠다.
이민섭 (인천대 융합과학기술원 초빙교수·이원다이애그노믹스 대표)
* 시론 원문 보기 - https://bit.ly/3cOfnFq
* 출처 - 국민일보